2009년 02월 20일
신데렐라 기담 - 돌발적 운명 ②
'거짓말'이라니 뭐야! 무, 무무무슨 뜻이냐고! 뭐야 이 인간!
"놀리는 거야?"
"아냐?"
"그럼, 왜!"
무심코, 어조가 강해진다. 그치만, 엄청 놀라서, 정말로 고민했었는데. 어쩌면 만난 적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다시 만난 걸 지도 모른다고, 정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노려보자 그가 말했다. 이제는 아까까지의 안도의 미소가 아니라, 평소처럼 사람을 바보 취급 하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이불에 감겨 있는 내 손을 잡아 끌어, 이불 위에서 콩콩 머리를 때린다.
"혹시, 네가 헷갈려서 나를 기억해냈다고 말해준다면, 거기에 섞여들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 항상 하는 사랑의 흥정이라고."
당신하고 사랑의 흥정 따위, 한 적 없는데요 왕자님.
"기분 나빠요."
"그치만, 설마 이렇게 고민해줄 줄은 생각 못했어. 말하고 볼 일이군."
"왕자님이 하는 말 따위, 이제 믿지도 않고, 빨리 나가요."
이제 이름을 부를 마음도 들지 않는다. 나는 완전히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농성을 결심했다. 아아, 열 받아. 이런 젠장. 아무리 역겨울 정도로 비위에 거슬리는 말을 토해내도 걸려들까 보냐.
하지만, 날 찾아온 것은 침묵이었다. 분명 이불을 벗겨내려고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불을 세게 쥐고 있던 손바닥도, 어쩐지 불편해진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기 때문에 밖이 보이지 않는다. 눈 앞에 있을 터인 왕자는 뭘 하는 걸까. 내가 지쳐서 나오는 걸 기다리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손에 올라탈까 보냐. 나가는 건 당신 쪽이야.
새까만 정적 속이라면 아무래도 시간감각이 무디다. 이렇게 5분 정도가 흘렀나, 10분 정도인가. 어쩌면 30초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왕자의, 시선만이 어째선지 이불을 뚫고 전해져온다. 왠지, 싫다. 이런 침묵은 질색이야.
그리고 몇 분이 지난 다음, 겨우 침묵을 깬 것은 왕자였다.
"……아아, 그거면 충분해. 계속, 숨어 있어줘. 운명 따위에 선택되지 말아줘."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작은 속삭임. 아까처럼 놀리는 분위기가 아니라, 부드러운 무게가 이불 위로 느껴졌다. 그가 손을 대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위아래로 움직인 것만으로, 마치 정말로 쓰다듬어지는 듯한 감각에 빠져든다. 상냥한 손길. 다른 사람이 쓰다듬어주는 건 좋아하지만, 이건 왠지 기분 좋은 듯도 하고, 나쁜 듯도 하고.
"운명은 말이지, 있었어. 잔혹하게도, 너와 나와의 사이엔 없었지만."
"?"
"……잘 자라, 세티."
침대가 기분 좋게 가라앉는다. 이쪽으로 조금 기울이는 듯한 기척이 나고, 몸이 뻣뻣해진다. 그리고 머리 위로 작고, 작은, 옷깃이 스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건, 손이 아닌 조금 더 가벼운 무언가가 닿는 듯한.
마치.
아이들한테 해주는 잘 자라는 키스…… 같은.
----
흠, 오랜만의 번역이라 이거 감각이 어떻게 된 건지 좀 헷갈리긴 한데. 오히려 그동안 공부하고 더 실력이 는 만큼 전에 번역했던 것보다는 조금 부드러워지지 않았나 싶은데. 솔직히 번역하면서도 예전처럼 사전을 자주 뒤지지 않게 됐고 말이지.
마지막으로 번역했던 게 2007년인가. 작가가 한동안 연중했기 때문에 이번에 즐겨찾기 정리하면서 생각 나서 들렀는데 뜻하지 않게 다음편이 연재돼 있어서 즉흥적으로 번역. 짧은 글이라 확실히 부담은 없구만.(웃음)
애석하게도 꼬박 1년 동안 올라온 거라곤 이 두 편이 전부. ㄱ- 작가씨, 연재 좀 더 하시지.
# by | 2009/02/20 23:04 | 신데렐라기담 | 트랙백 | 덧글(0)



